미국 동부 쌀국수 BEST 16곳 — Pho 75부터 NY/NJ 베트남 쌀국수까지

1975년 4월 사이공이 함락되던 날, 수십만 명의 베트남인이 바다로 나섰다. 이른바 ‘보트피플’이라 불린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 동부와 텍사스, 캐나다에 정착했고, 그들이 생계를 위해 차린 작은 국수 가게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미국 최고의 Pho 매장으로 살아남았다. 미국 여행 기록 블로그 워크트라블은 동부 출장길에 Pho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버지니아부터 뉴저지, 몬트리올, 텍사스까지 Pho 16곳을 한 번에 정리했다.

Pho 75 — 동부 Pho의 살아있는 전설

버지니아주 알링턴(Arlington, VA)에 자리한 Pho 75 — Arlington은 워싱턴 DC 권역에서 Pho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름이다. 메뉴판은 단순하다. Pho, 그것도 거의 Pho 하나. 테이블 위의 숙주와 바질, 라임이 전부인 무장식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수십 년째 같은 국물 한 그릇을 받아 든다. 면 두께를 7번(얇음)부터 9번(굵음)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이 매장의 유일한 커스터마이징이다.

필라델피아 워싱턴 애비뉴(Washington Ave)의 Pho 75 — Philadelphia는 같은 이름을 가진 동부의 또 다른 거점이다. 워싱턴 애비뉴 일대는 베트남계 이민자들이 일찍부터 터를 잡은 거리로, Pho 75는 그 거리의 상징과도 같다. 두 매장 모두 화려한 인테리어나 퓨전 메뉴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단출함이 신뢰의 근거다. 1975년 이후 베트남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만들어낸 Pho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Pho의 기원과 역사가 궁금하다면 위키피디아 Pho 항목을 참고할 것. 20세기 초 하노이에서 시작된 이 국물 요리가 남북 분단과 이민의 역사를 거쳐 어떻게 미국의 음식이 되었는지를 잘 정리하고 있다.

뉴욕 차이나타운 — Pho Bang의 30년

맨해튼 차이나타운 중심부, Mott Street에 위치한 Pho Bang — NYC은 뉴욕에서 Pho를 처음 먹는 사람에게도, 수십 번 먹어본 사람에게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매장이다. 차이나타운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 거리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음식을 내는 매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중에서도 Pho Bang은 긴 역사와 안정적인 국물 맛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같은 이름의 자매 매장인 Pho Bang New York — Montreal은 캐나다 몬트리올 St Laurent에 위치한다. 뉴욕 본점의 운영 방식과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간 곳으로, 몬트리올에 처음 도착한 한국 여행자들이 낯선 도시에서 익숙한 맛을 찾을 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매장이다. 같은 이름이 두 나라에 걸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베트남 이민 커뮤니티가 북미 전역에 뻗어 있음을 보여준다.

뉴저지 — 출장객의 Pho 천국

뉴욕 인근의 뉴저지는 한국인 출장객과 거주자 모두에게 익숙한 지역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동시에 미국 동부에서 Pho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팰팍(Palisades Park), 포트 리(Fort Lee), 해컨색(Hackensack), 파시파니(Parsippany), 애틀랜틱 시티(Atlantic City)까지 — 뉴저지 곳곳에 Pho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팰팍에 위치한 Pho 420 Saigon은 뉴저지 Pho 매장 중에서도 이름 자체로 사이공의 기억을 담고 있는 곳이다. 파시파니의 Pho Binh Duong은 ‘Bình Dương’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베트남 남부 지역색이 묻어나는 매장이다. Bình Dương은 호찌민시 인근의 지명으로, 베트남 남부 이민자들이 고향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간판에 새긴 경우다.

포트 리에는 Pho 매장이 여러 곳 집중되어 있다. PHO CHE — Phở Chè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Pho와 함께 베트남 전통 디저트 음료인 Chè를 함께 다루는 곳이다. Pho Today — Fort Lee와 Pho Today (Fort Lee 별도 지점)은 같은 포트 리 내에서도 다른 위치에 있으며, 동일 이름의 매장이 가까운 거리에 복수로 운영된다는 점이 이 지역의 수요를 짐작하게 한다.

해컨색의 Pho Saigon — Hackensack은 지역 내에서 꾸준히 찾는 이들이 많은 매장이고, 러더퍼드(Rutherford)의 Pho Today — Rutherford는 뉴저지 내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지역에 자리하면서도 단골층을 형성하고 있다. 애틀랜틱 시티의 Pho Sydney는 카지노 도시 특유의 24시간 리듬 속에서 운영되며, 늦은 시간에도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필요할 때 찾는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우드(Maywood)의 Pho Thai Lao Kitchen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베트남 Pho뿐 아니라 태국과 라오스 음식도 함께 다루는 곳이다. 동남아시아 이민자 커뮤니티가 단일 민족이 아닌 여러 나라 출신으로 구성된 미국 현실이 메뉴판에 그대로 녹아 있는 사례다.

뉴저지의 이 매장들이 모여 있는 지역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동부에 정착한 베트남계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이 뉴욕 인근 뉴저지에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그 생활권 안에서 자연스럽게 음식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한국인 출장객 입장에서는 Pho 한 그릇이 때로 한식보다 더 빠르고 가깝게 속을 채워주는 선택지가 된다.

몬트리올 — 캐나다 Pho의 다른 색

캐나다 몬트리올은 미국 동부 여행과 연결해서 들르는 경우가 많은 도시다. 그리고 몬트리올의 Pho 문화는 미국과 또 다른 결을 갖고 있다. 프랑스어권 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베트남계 이민자들이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과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맥락이 더해진다. 프랑스의 베트남 식민 지배(1887~1954) 시기에 이미 프랑스와 베트남 사이의 인적 교류가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프랑코폰 캐나다인 베트남인 이민자들이 자연스럽게 몬트리올에 정착했다.

몬트리올의 Pho Bac은 이름 자체가 ‘북부 스타일 Pho’를 뜻한다. Bắc(北)은 베트남어로 북쪽이라는 뜻이며, 하노이식 Pho의 전통을 따르는 매장들이 종종 이 이름을 사용한다. 하노이식 Pho는 국물이 더 맑고 담백하며, 고명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소개한 Pho Bang New York — Montreal과 함께 몬트리올에서 Pho를 탐색할 때 비교해보기 좋은 두 선택지다.

텍사스 — 휴스턴과 달라스의 베트남 커뮤니티

텍사스는 지리적으로 미국 동부가 아니지만, 미국 Pho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지역이다. 휴스턴은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베트남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달라스와 함께 텍사스를 미국 Pho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만들어왔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베트남계 미국인은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 중 네 번째로 큰 집단이며,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베트남계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주 중 하나다.

휴스턴의 Pho 54는 텍사스 Pho 문화의 한 면을 보여주는 매장이다. 달라스의 Phở Pasteur II는 이름에 ‘Pasteur’를 사용하는데, 이는 호찌민시(구 사이공)의 유명한 Pho 거리 파스퇴르 거리(Đường Pasteur)에서 따온 이름이다. 프랑스 세균학자의 이름이 붙은 사이공의 거리 이름이 텍사스 달라스의 Pho 매장 간판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베트남 이민자들의 기억이 얼마나 구체적인 방식으로 미국에 옮겨졌는지를 보여준다.

Pho를 100% 즐기는 법

처음 Pho를 앞에 둔 사람에게는 테이블 위의 재료들이 낯설 수 있다. 대부분의 Pho 매장에서는 국물과 면이 담긴 그릇과 함께 숙주(bean sprouts), 타이 바질(Thai basil), 라임(lime), 고추 슬라이스를 별도 접시에 제공한다. 이것들을 국물에 넣는 순서나 양은 개인 취향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라임을 먼저 짜 넣어 국물에 산미를 더하고, 숙주와 바질을 기호에 따라 추가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테이블에 놓인 두 개의 소스 — 붉은색의 Sriracha와 짙은 갈색의 Hoisin sauce — 는 Pho 국물에 직접 넣기보다 작은 접시에 따로 덜어 찍어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특히 Hoisin을 국물에 많이 넣으면 본래 국물의 맛이 가려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메뉴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구분은 Phở bò(포보, 소고기 Pho)와 Phở gà(포가, 닭고기 Pho)다. Phở bò는 뼈를 장시간 끓여 만든 진한 국물에 부위별로 다른 소고기가 올라가며, Phở gà는 닭 육수 기반의 더 가볍고 담백한 국물이 특징이다. 소고기 Pho 안에서도 tái(레어 소고기), chín(완전히 익힌 소고기), bò viên(소고기 완자) 등 고명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매장이 많다. 처음이라면 ‘tái chín(따이찐)’ — 레어와 익힌 소고기를 함께 올린 조합 — 을 가장 보편적인 입문으로 추천한다.

면 두께를 선택할 수 있는 매장(Pho 75처럼)에서는 처음이라면 중간 두께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굵은 면은 국물을 더 많이 머금고, 얇은 면은 뜨거운 국물에 더 빨리 익어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마무리 — 해외에서 Pho 한 그릇이 위로인 이유

미국 동부 출장길에서 낯선 도시의 저녁, 혹은 이른 아침 한식이 그리워질 때 Pho는 가장 가까운 선택지가 된다. 뜨거운 국물, 풍성한 고명, 라임 한 조각 — 그 조합이 주는 익숙함은 한국의 설렁탕이나 곰탕이 주는 감각과 묘하게 닮아 있다. 오랫동안 뼈를 끓인 국물, 흰 면, 그 위에 올린 고기. Pho가 한국인에게 동남아 음식 중 가장 친숙하게 느껴지는 데는 이 구조적 유사성이 있다.

1975년 이후 바다를 건너 미국에 정착한 베트남 이민자들이 만들어온 이 국물 문화는 이제 버지니아, 필라델피아, 뉴욕, 뉴저지, 몬트리올, 텍사스에 고루 뿌리를 내렸다. 워크트라블이 소개한 16곳의 매장 중 어디를 들르든, 그 한 그릇 안에는 긴 이민의 역사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레시피가 담겨 있다.

워싱턴 DC 권역의 다른 맛집 정보는 DC 맛집 →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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